정암 박윤선 박사의 『산상보훈 강해』는 성경 전체를 해석하는 일종의 열쇠와 같은 강해설교이다. 본서는 정암의 가장 큰 특징, 곧 성경을 해석하는 주경신학자로서의 면모를 잘 드러낸다.
『산상보훈 강해』의 서두에서 정암이 다루는 가장 큰 쟁점은 과연 예수님의 복음이 바울의 복음과 동일한 것인가의 여부이다. 정암이 “종교진화론”으로 규정한 자유주의 신학에 따르면 바울의 신학은 예수님의 신학과 다르다. 예수님은 “믿음으로 구원받는 진리”를 가르치지 않았다. 이것은 바울의 창작물일 따름이다.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산상보훈 강해』는 종교진화론자들의 심각한 도전에 대한 정암의 단호한 거절이다. 정암은 예수님과 바울 사이의 급격한 단절성을 주장하는 현대신학에 대해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응답을 한다. 이 두 가지는 우리가 예수님의 산상보훈을 읽는 데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 해석의 원리가 된다.
첫째, 예수님의 산상보훈은 신본주의 계시종교로서의 기독교를 선포한다. 정암에 따르면 예수님의 가르침과 바울의 종교가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종교진화론을 믿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인간의 문화발달에 따라 기독교의 진리도 점차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 이러한 사상은 기독교 계시의 성격을 파괴시키는 “불신앙 사상”이라고 정암은 말한다. 기독교의 근본 진리는 예나 지금이나 동일한 것이지 진화과정을 통해 발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처음부터 동일한 진리를 계시하셨기 때문이다. 결국 이 싸움의 저변에는 인본주의 대(對) 신본주의의 대립이 있다고 정암은 주장한다.
둘째, 예수님의 산상보훈은 구약과 신약의 본질적인 연속성을 드러낸다. 오늘날 우리가 믿는 “기독교의 근본”은 구약에도 그대로 계시되었다고 정암은 말한다 . 특히 율법의 행위가 아닌 믿음으로 의롭게 되는 구원의 도리에 있어서 구약과 신약은 동일한 진리를 선포한다.
이처럼 예수님의 복음과 바울의 복음 사이의 관계에 관한 논의는 구약과 신약의 관계, 곧 신구약 성경 전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구약과 신약의 본질에서의 동질성을 강조한 후에 정암은 양자의 차별성에 대해서도 주목한다는 것이다. 먼저 정암은 예수님의 교훈과 바울의 복음, 혹은 구약과 신약의 차이를 “뿌리와 가지”의 관계로 비유한다 . “예수님의 교훈은 뿌리와 같다. 후대에 신학적 술어를 형성할 만큼 가르치지지는 않았다. 가령 이신칭의 말씀 같은 것은 나오지 않는다. 뿌리의 형식으로 모든 것을 표현다.” 또한 정암은 구속사적인 입장에서 차별성에 접근한다.
마지막으로 정암은 예수님 당시의 역사적 정황을 고려한다. 정암에 따르면 주님이 사역하실 무렵에는 “바리새인의 윤리,” 곧 종교적 의식과 외면적인 율법의 행위로 의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었다. “바리새인의 윤리를 깨뜨리기 전에는 죄가 무엇인지 사람들이 알 수가 없었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예수님은 그들의 잘못된 율법관을 깨트리고 구약에서 가르친 율법의 본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치기 위해 예수님은 산상보훈의 윤리를 설파하신 것이라고 정암은 설명한다.
정암의 『산상보훈 강해』는 이러한 주요 이슈들을 담아내고 있다. 신학적으로 까다로운 쟁점들을 일반 신자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단순하고 분명한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들 가운데 하나이다.